20151102-20181025
만 3년 꽉 채운 퇴사. 내 책상 위 한가득이던 개인 물품은 쇼핑백 두 개에 전부 담겼다. 겨우 이 정도뿐이었던 것을. 그리고 다음 주엔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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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도메인이 내년 2월에 만기라는 메일을 받고 연장하러 사이트에 들어갔다. 얼마나 연장하지? 1년? 2년? 고민하다 3년을 선택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제 적어도 3년 동안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잊어도 된다.
2018년은 많은 버킷리스트들을 클리어한 한 해였다 -퇴사를 포함하여-. 오키나와 가족여행, 츄라우미 수족관, 라이카 카메라, 줄자 타투, 작곡 레슨, 아나운서 아카데미, 탱고, 아이슬란드, 오로라.
그리고 멘사 테스트와 사진 공모전에도 도전했었다. 돌이켜보니 한 해동안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고 지난 3년간 개고생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충분히 자고 사색하고 시간을 즐긴다.
2주라는 기간은 많은 것들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 차로 운전하는 법, 단어들, 문맥, 말하는 법, 도로와 길들.
낯설게 느껴졌고 또다시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Northern Lights,
만 3년 꽉 채운 퇴사. 내 책상 위 한가득이던 개인 물품은 쇼핑백 두 개에 전부 담겼다. 겨우 이 정도뿐이었던 것을. 그리고 다음 주엔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간다…!
한 번씩 내 삶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돌아볼 때가 있다. 생각없이 매일 반복되는 것 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습관처럼 나오는 월급에 안일해 지는 것.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야 그래도 나아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본래 한 곡만을 듣고 또 듣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곡 만큼은 최근에 정말 자주, 또 반복해서 들었다. 이 곡이 갖는 분위기가 이 시기의 자신에게 잘 와 닿는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는 본 이베어가 생각나기도 했고, 앞 부분을 들으면 해가 진 후 새벽. 네온 사인에 비친 적적한 거리가 떠오른다.
어떤 시기에 그 정체성으로서의 무드를 유지하는 것은 만만치않고 또 중요하다. 회사원으로서는 회사원의 마인드. 상대적으로 학생 시절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던 편이다. 하지만 불침번을 서고 돌아와 잠을 청하며 듣던 음악이 달콤했던 것 처럼 어떤 감정들이 파고들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빈 새벽 시간 혼자 되기 위해 어디론가 숨어 들어 일기장을 펼치던 시간들. 이 곡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단단해지고자 마음 먹었던 모습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그래서 출근 길 틈틈이 신호에 걸릴 때마다 포스팅을 쓰고 있다. 이런 기분으로 출근하는 건 사실 위험하다.
돌아본다는 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고 동시에 반추하기 위해서다. 뭔가 원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예전에 했던 고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하다 보면 원하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Sometimes I’m stupid
Sometimes I’m fucking hard work
Sometimes I’m the worst person
I only know how to hurt
Sometimes I’m scared of loving
And I don’t know what you’re worth
But that don’t mean I can’t learn
Cause I can
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냥 또래 남자 직원이라도. 사회 생활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은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거나, 잠시 밖에 함께 나가 커피를 산다거나, 그걸 핑계로 산책한다거나, 오늘 있었던 짜증나는 일로 한탄을 한다거나. 그래 봤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회사 이외의 사람들에게 발산하고 싶지는 않다. 마이너스적인 기운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 경험의 끝을 겪었던 까닭이다.
대학생 때부터 몇 년째 악기 레슨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못하고 혹은 성취와 연관된 것들은 어떤 ‘성향'에 근거한다. 음악적 지식이나 음감이 전혀 없는 학생이라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고, 잘 하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으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 이미 다른 악기를 오래 배워 왔던 학생은 음감이나 악보 읽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크게 욕심이 없다. 열등감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은 내가 스무 살 때부터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던 문장이었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밀린 과제를 치뤄내듯 몇 개의 타투를 새겼다.
수 년 전, 가로수길 어딘가의 카페 2층에서 짧은 연애의 종료를 이야기하며 이 노래를 들었다. 이별하는 순간에도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이 노래 좋다 오아시스 노래 같은데..?’ 그리고 ‘아 이 이별 장면에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군. 이 상황에서 이런 생각하는 나도 참. ’ 집에 가는 길에 들었던 노래 가사를 검색해 이 곡을 알게 되었다. 요컨대 연애란 그런 것이다. 한 때의 전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또 돌아오는 길에는 그 시간들이 간 곳 없이 사라지고 한 곡의 노래만 남는 것이다. 지금도 이 곡을 들으면 그 마지막 날의 가라앉은 분위기, 냄새, 나른한 감정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뿐이다. 시간은 사라지고, 노래만 남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만에 가득차 움직이는 사람들이 싫다. 오늘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하루 종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답답해서 토할 것 같았다. 나는 나이가 차도 본인의 생각만을 관철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로 한다.
- 하지 말아야 할 것: 고집. 독선. 일방적 의사소통. 짜증내는 태도.
- 해야 할 것: 여유. 다른 시각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
출퇴근 시에는 늘 같은 길을 지난다. 매일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오히려 변화에 둔감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엇 이곳에 이런 게 새로 생겼네 하며 현실이 생소해 지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 감상적인 면이나 추억 같은 부분들이 끼어들 여지는 많지 않다.
변화를 스스로 감지한 것은 작년부터였나, 이 열리고도 닫힌 일기장에 끊임없이 적어 나갔던 같은 메시지의 변주로주터. 사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에 가까웠다. 이제 나는 표정을 숨길 수 없는 과거의 나와는 거리가 있다. 늘 감정을 표출하지 않으려, 그것들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되뇌이지만 그 고통을 감당하는 것도 자신의 몫인 것이다.
어쩌면 그 때 말고는 다시는 들여다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낯선 곳에서 본 기형도의 시에 다시금 인상을 받다. 십오년 전, 그리고 군대에서, 그리고 또다시 지금.
내가 느끼는 유일한 괴로움은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부의 일들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일터에서도, 인간 관계 속에서도 고통스러운 것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나의 못난 모습이다.
몇 시간 잠을 청하는 것보다도 기록하는 일이 더 중요한 때가 있다. 첫 직장, 첫 사장님의 퇴사. 일로 말하자면 더없이 까다롭고 쉽지 않은 분이지만 인간적으로 막내 남사원을 아껴주시고 진실된 조언을 해주셨던. 마지막 날에 내 손으로 퇴사 처리를 마치고 묘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장문의 카톡을 남겼다. 종민군은 지금처럼만 하면 원하는 인생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사실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그래도 과분하게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회사로 잠깐 찾아온 사장님과 차 안에서 블루투스 테스트로 요즘 듣는 음악이라며 트셨던 솔루션스의 노래에서 깜짝 놀랐다. 사장님, 이런 음악도 들으세요? 응, 괜찮던데? 저 이 밴드 좋아해서 혼자 공연도 보러 갔었어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때때로 사람들에게서 의외의 이면을 발견할 때 매력이 배가된다.
어제는 하루종일 린킨파크의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린킨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자살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그들의 음악을 공유했던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남긴 사건이었다. 린킨파크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 음악을 매개로 친구가 되었던 이들과 안타까워 하고 추모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첫 내한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며 같이 공연을 보러 갔었지. 다시 보니 유작이 된 마지막 앨범의 트랙 리스트가 참 묘하게 느껴졌다. 체스터에 대해서 할 말은 이것뿐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했고, 많은 추억을 공유했고, 행복했었다.
회사 친구들과 바에 갔다. 종종 갔었던 좁은 바-bar 다- 였는데 피아노가 있는 줄도 몰랐던 그 곳에 손님이 다 빠져나간 늦은 새벽, 사장님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쇼팽의 왈츠 2번이었다. 내가 한 달 내내 연습했던 그 곡. 이랏샤이마세를 외칠 것처럼 두건과 나시 티를 걸친 사장님의 겉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는 섬세한 연주에 깜짝 놀랐고-이것 역시 의외의 모습- 또 정말 듣기 좋았다. 평소 내 성격과는 다르게 연주가 끝난 후 좋아하는 곡이라며 사장님 일행과 말을 트기도 하고. 지메르만이 쇼팽 연주는 최고라는 말에 동의하고 그의 연주를 선곡해 주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지금도 쇼팽을 배경 삼아 요 며칠의 감상을 적어둔다.
아무말 대잔치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가끔 뜬금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툭툭 던져지는 말을 설명하기 수월해졌다.
어쩌다 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내는 우울도 타고난 기질이라면 한결 풀어내기 쉬울 텐데.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많은 것도 욕심이고 미련인 것이다. 때로는 낯선 친구에게서 전해 받은 한 편의 시로 위안 삼아 며칠을 견디곤 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찾은 유엠에프는 하나도, 말 그대로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다들 뭐가 저렇게 신나지 뭐가 저리 행복할까 관찰자의 시선으로 섞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일 년의 반. 정체되어 있는 것에 두려움과 또 강박을 느끼며 그러면 실제로 얼마나 나아갔는가 되짚어 본다.
새로운 영화보다 좋아하는 오래된 영화들을 보고 또 보는걸 좋아한다. 그런 영화들을 보다가 이상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실제로는 세상을 떠났을 때라던가, 강아지 같은 동물들이 등장할 때, 혹은 나이 많은 배우와 어린 단역들이 지나갈 때 그들의 현재 모습이 문득 궁금해 지는 것이다.
해피투게더는 오랫만에 다시 봤는데 장국영을 보면 볼수록 연기한 그 인물과 동일시하게 된다. 아비정전의 아휘, 그리고 해피투게더의 보영. 훗날 그가 세상을 떠나지 았았더라면, 지금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상상해 본다.
최근에 집 근처에 경치 좋은 곳을 알게되어 여러 명목을 만들어 종종 찾고 있다. 낮에 가 본건 오늘이 처음이다. 직장인의 낮시간이란-